오늘의 과제,를 받음으로서 오늘도 또다시 도서관 행이다.
이제 슬슬 하루에 몇 번이나 오고가며 그리도 몇 번이나 길을 잃던 도서관도 슬슬 시간에 따라 바뀌는 계단이 움직이는 것이 두렵지 않아질 무렵이었다.
이제 이 쯤은 거뜬하지!
그리 으쓰대며 도서관에 도착해 오늘의 과제를 위해 책상에 제 짐들을 정리해 올리고 책을 찾으려 몸을 일으키던 무렵,
‘딱,딱,딱’ 하는 익숙한 소리가 귀를 울렸다.
아.
이건… 지난 과제를 통해 질리도록 들었던 소리지 않는가. 괴물에 대한 괴물책.
아마 자신보다 더 일찍 과제를 위해 온 학생이 꺼내놓았던게 아닌가 싶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굉장한 속도로 길다란 책상 위를 질주하듯 달려오는 괴물책에 저도 모르게 ‘힉,’하고 숨을 삼켰지만,
‘ 침착하게. 침착하게.’
그렇게 스스로를 다짐시키며 제게 질주해오는 괴물책이 입을 크게 벌리기 전, 그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깨닫게 된 방법이었다.
이렇게 하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보이던 책…. 지난 과제 때엔 몇 시간이고 쓰다듬었으니 이번에도 또한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만. 괴물에 대한 괴물책? 그럼 혹시 이 책에 뭔가 적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참을 괴물책을 쓰다듬으며 저기, 지금은 펴봐도 돼? 라며 허락을 구하는 참이다.

그러나 새침한 괴물책은 아직은 아니라는 듯이 몸뚱아리 전체를 흔들며 손바닥에 부벼오는 통에… 다시 몇 시간을 각오하고 그를 쓰다듬었다.
***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마음이 동했는지 저 스스로 발라당 책을 펴내는 괴물책에 마치 귀여워하는 고양이의 궁둥이를 도닥이듯 책을 폈다.
‘ …… 허탕!!!!!!’
그러나 아쉽게도, 늑대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찾지 못하였으므로 깊은 시름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늑대 인간인데… 왜 괴물책에 없는 거야?!’
다들 과제를 제출했을까? 어떤 책을 찾아보는 거지? 한참 고민에 빠질 무렵 어쩐지 손 끝에서 파르르, 진동이 느껴진다. 아마도 손에 닿은 괴물책이 또 쓰다듬어지고 싶다는 제스처 같아서 저도 모르게 이대로 확 책이 덮여 손이 다칠까 ‘어어, 쓰다듬어 주마.’ 라며 품에 안고 쓰다듬으며…. 새 책을 찾아 나서기 바쁘다.
역시 어마방을 담당하는 교수님이니 그 과목에 대한 책을 찾는게 맞을까?
아니면, 역시 신비한 ‘동물’에 초점을 맞춰야할까?
이미 괴물책을 쓰다듬느라 시간을 과도하게 사용했으니 머리를 굴릴 틈이 없었다. 어쩌면 평정심을 잃은걸지도 몰랐다. 따라서 편법보다도 정직하게 두 섹션을 모두 찾아보기로 한다.
감을 믿고 늑대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한 줄이라도 적혀있는 책이라면 죄다 뽑아 옆구리에 끼운다. 그렇게 어언 열댓권의 책을 뽑아 책상에 가져다 놓은 후에야 겨우 자리에 앉아 빠른 속도로 책을 뒤져보기 시작한다.
‘늑대인간들은 전세계에 퍼져있고, 전통적으로 자기가 유래하게 된 마법사 공동체로부터 따돌림 받아왔다…’
그제서야 괴물에 대한 괴물책에 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는지 깨닫는다.
그러니까, 늑대인간은 ‘늑대’인간이라기보단 늑대’인간’에 초점을 맞춰야 했던 것이란 걸.
그렇게 처음으로 펴낸 책을 흥미로워하며 몇글자 더 읽어내리다… 그리 오래지않아 놀라워 저도 모르게 책을 덮을 뻔, 했다.
'늑대인간들에게서 머글들은 마법사들과 '맛'이 다르다.'
맛…. 맛?!? 머글과 마법사를 전부 먹어본 늑대인간을 취조라도 한 거야?!
그 순간 머릿속에서 오전에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던 교수님의 목소리가 천천히 재생된다.
“... 싸우고 와서 모든 상처를 치료한 뒤에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 “
….진심이야?!? 한때는 마법사이고 인간이었으나 머글이든 마법사든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이 무시무시한 존재와 싸우라고?! 그건 오러 사무국에나 들어간 마법사들이나 가능한 거 아닌가? 이제 파릇파릇한 입학생, 게다가 제대로 된 방어 마법 하나 배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그런… 그런 걸?! 후플푸프 교수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구나. 웃는 얼굴이지만, 절대로 무서운 분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사각사각 양피지를 채워나간다.
여러 책을 뽑아온 탓에 약간 뒤죽박죽하긴 하지만 이쯤되면 양피지는…. 늑대인간에 대한 사소한 정보들까지 하나하나 채워지기 시작한다.
교수님이 요구한 3페이란 처음엔 까마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 어떻게든 해낼거야. 라며 처음엔 일반적인 글씨로 적어갔지만 어느덧 두페이지, 세페이지 중반쯤 가서는 ‘어라? 이거 세페이지로 끝나지 않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 탓에 점점 글씨가 작아져가다… 이윽고 결국엔 양피지를 몇 장 더 꺼내고야 만다.
결국 과제는 총 6장의 양피지가 채워졌고(초기 늑대인간의 등장과 마법사 사회에서의 대응이라던가, 늑대와 늑대인간의 구분법이라던가, 늑대인간이 되는 방법, 그들에 대한 전설의 진실과 거짓... 이런걸 쓰면 안됐던건가?싶지만 이미 그것들만 3페이지를 썼으니 멈출 순 없었다.) 끝 마무리를 지으며 문득 혼잣말처럼 작게 의문점을 덧붙인다.

이렇게야 드디어 괴물책을 달래주느라고, 그리고 여러책을 참고하느라고 영 깔끔하지도, 완벽하지도 못한 과제의 완성인 것이다.
과연 이 것을 내도 되는가? 어쩌면 앞서 다른 이야기 때문에 앞의 세장만 읽고 낙점을 받을지도 모르는 과제물이라는 생각에 아득함이 문득 눈 앞을 흐렸다.
아마 이날의 기억은 세상 만사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 라는 것을 11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낀 날로 기억될 것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