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푸르르고, 무사히 호그와트에서부터의 첫날을 보냈으나 엔리케 단탈리온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갑작스레 바뀐 잠자리는 열차의 객실보다는 나았지만 불편하긴 매한가지였으며 충동적으로 데려온 고양이는 한 번 곁을 주지 않더니 밤새 제 몸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뒤척뒤척,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그리 밤을 지새우고 나서야 그리 맑지 않은 정신으로 겨우 기숙사 밖으로 나왔건만.
아침부터 날아드는 첫 과제는 제법 두통을 야기하기 충분했다.
`조금 단순한 과제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머리를 쓰는 과제를 하라고?`
그런 불평이 문득 떠올랐지만서도 어쩌겠는가. 과제는 해야지.
열차 내에서 틈틈이 읽었던 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은 있는 마법 약이었다.
그러니 펼쳐진 양피지에는 퍽 자신 있게 재료를 적었다.

담뿍 잉크를 묻힌 깃펜으로 정갈한 글씨를 써 내려간 것이 퍽 마음에 드는지 내내 좁혀져 있던 미간이 조금은 펴졌다.
그러나 그건 오래가지 못했는데, 이유라 함은 역시, `직접 만든 결과물` 또한 제출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아 -
길게 한숨을 내리 쉬었지만 이내 다시 '힘!' 하듯이 양 주먹을 한 번 쥐여 보이더니 잉크가 어느 정도 마른 양피지를 도로록 말기 시작하며 제게 퍽 거리를 두고 앉아있는 고양이 쪽으로 힐긋 시선을 던졌다.
"체다. 가만히 있어야 해. 마법 약은 몹시, 아주,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작업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알겠어?"
"냐."
"너,너, 딴짓 하면서 대충 대답할 거야? 네가 움직이기라도 해서 꼬리털 하나라도 섞여 들어가면 큰일이라니까."
"믕."
이 녀석! 다 알아듣는 게 분명했다.
`꼬리털`이라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크게 꼬리를 한 번 허공에 휘저었으니, 덕분에 결이 좋지 않은 털이 한 번 훅, 흩날림이 분명했다.
그러나 털이 어디, 빠지고 싶어서 빠지는 것이겠는가. 암만 제가 떼쟁이 도련님이라 한들 그러한 생리적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끙, 앓는 소릴 내며 또 이 변덕스러운 고양이가 어디론가 가버릴까 냉큼 옆구리에 끼우고 자리를 이동했다.
***
그리하여, 우여곡절 끝에 만든 영롱한 빛을 내는 과제물이 겨우 손안에 들렸다.
겨우 과제를 제출하러 교수님 앞으로 간 엔리케의 몰골이란 `정말, 수많은 일이 있었어...` 의 몰골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너덜해 보이고 여러 시도를 해본 것을 어림짐작 할 수 있을 정도랄까.
완벽주의적인 면모를 가진 엔리케인 만큼 `대충` 이란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제 옆에서 수많은 방해 공작을 해대는 고양이의 마수에서 몇 번이고 시도한 끝에 어떻게든 이루어낸 값진 과제물이었다.

… 그리고 처음 써두었던 양피지에 작은 글씨로 무언가 덧붙여져있는 것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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